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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단상 - 1 늦 여름 한낮에 나온 가재들













늦 여름 한낮에 나온 가재들 

 

예나 지금이나 버리지 못한 버릇이 많기도 하지만 그중 하나가 원고마감을 지키는 일이다. 예전에는 사진가가 쓰는 글이니 이만하면 되겠지해서 대충 쓰고 마감전날 편집자에게 떠넘기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그럴 처지도 아니니 최대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능력 밖의 일을 하다 보니 원고를 청탁받고 나면 고심이 많아진다. 고민하다 꿈속에서만 완성되고 정작 모니터에서는 전날에야 마감하는 습관은 버려지지 않았다.

유명 사찰에서 발행하는 사보에 원고를 청탁받은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거의 같은 주제로 세배는 더 길게 쓴 경험이 있지만 그런 경험은 모두 날아가고 처음부터 다시 답사 당시를 복귀를 해야 한다.

어제 밤에야 완성을 하고보니 이미 창밖은 환하게 밝아 왔다.

잠깐 눈을 붙였지만 동거하는 강아지의 집안산책소리에 깨었다 다시 누우니 늦잠을 잘 수밖에 없었고 남들 점심을 먹을 시간에야 침실을 나왔다.

일어나서 항상 하는 일은 집밖을 한 바퀴 돌아보는 일이다.

올해는 장마가 없다시피 지나가 집 뒤 개울에 물이 없다. 집안에 습도가 적어 나야 좋지만 이곳에 사는 놈들은 아마도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내게 자기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밤에만 나와서 먹이를 찾던 놈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낮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놈들이 오늘은 열심히 밖에 나와 움직인다.

민물가재다. 이놈들에 곁에 머물기 위해 이 집도 샀고, 이들의 삶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계곡의 청소도 정말 조심스럽게 하지만 정작 이들은 나의 존재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밖에 나와서 먹이를 찾는다. 나의 움직임에 움찔하지만 움직임을 줄이고 앉아 처다 보니 다시 움직임이 시작된다.

한 마리 인줄 알았는데 그 주변에 작은 두 놈이 맴돌고 있다.

그러다 한 마리는 바위사이로 들어가고 한 마리는 큰 놈에게 다가가니 큰 놈은 그냥 쫓아 버린다. 그러고 보니 큰 놈의 입에 흰 무엇인가 있어 가만히 살펴보니 큰 먹이를 물고 열심히 배를 채우고 있다. 한 낮의 위험도 감수하는 이유가 저 먹이 때문이고 작은 놈들도 먹이를 얻으려 주위를 맴돈 모양이다.

먹잇감이 크니 좀 나누어 주어도 충분하겠지만 큰 놈은 그냥 독식하는 것을 보니 요즘 세상사 백신을 독식하는 대국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작은 놈의 한쪽 집게발이 없다. 어려서 아직 생겨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암컷이라서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쪽에 아주 작은 다리가 보이니 아마도 암컷인것 같기도 하지만 확실하게 알수가 없다. 

10년을 가까이 보아 왔지만 정작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가까이 있을수록 살피고 공부하며 알아가는 것이 맞는 일이지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모르고 살아간다.

이제라도 내 주변의 풍경과 내 주변의 사물, 내 주변의 사람들을 좀 더 알아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입추도 지난 여름더위이고 보니 앞뒤에 매서움이 많이 무디어 졌다. 이제 가을이 마을 동구 밖까지는 온듯하다.

2021-08-15 

  

    
제목 : 생활 단상 - 1 늦 여름 한낮에 나온 가재들


사진가 : 포토스튜디오49

등록일 : 2021-08-15 13:51
조회수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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