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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제목 : 부탄 올드타쉬양체 죵에서 법회 하는 날.


글쓴이 : 포토스튜디오49

등록일 : 2020-02-10 00:13
조회수 : 21
 










 

     

 어머니 

음력 510, 산 아래 사원에서 정기 법회가 열리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레지만 이때를 놓치면 일 년의 농사를 짓지 못하기에 몸은 계속 일을 해야 했다. 그러나 오늘은 모처럼 농기구를 내려놓고 가장 깨끗하고 성스러운 외출복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틈틈이 준비해둔 공양물을 꺼내  놓는다. 사원에는 어린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이니 공양물도 과자와 사탕, 그리고 빵을 준비하였다.

가는 길에 옆집에 들렸다. 바로 옆집이라고 해도 밭길을 따라 10분을 걸어야 했다. 옆집도 역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이렇게 마을사람들이 함께 사원으로 향하는 것은 함께 예불을 하기 위함이지만 예불이 끝나고 다시 돌아오려면 밤길을 걸어야하기에 함께하는 것이다. 이는 사원은 물론이고 장에 갈 때도 역시 함께하는 동행자들인 것이다.  

산길을 내려와 계곡을 건너고 그리고 또 산길을 걷는다. 긴 산길 끝에는 고랑고랑 이어지는 밭이 있고 그 밭을 지나면 다시 산길이다. 몇 번을 쉬었다가 내려오지만 이렇게 내리막은 끝이 없다.

산길을 벗어나 밭길이 끝나는 곳에 이르면 물소리가 들린다. 이때부터 밭길은 논두렁길로 이어진다. 논이라고 해봐야 손바닥만 하지만 이렇게 논이 나오면 이제 다 내려온 것이나 마친 가지다. 새벽에 출발해서 꼬박 네 시간을 걸었다. 이제부터는 강변을 따라 걷는다.

우기가 시작되어 강물은 불어나 흙탕물이 되었고 그 속도도 무섭게 빨라 요란한 소리를 낸다.

그리고 룽다가 휘날리는 나무다리를 건너면 눈앞에 길게 연결된 돌계단이 있고 그 가운데 높이 걸린 깃발의 펄럭임이 보인다.

잠시 숨을 돌렸다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돌계단을 올라 마당에 이르니 어린 동자승 한명이 마당을 가로질러 가슴에 안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 단 하루도 잊지 못한 어린 아들이다. 너무나 반가워 눈에는 눈물이 흐르지만 입에서는 스님이 이러면 안 된다고 야단을 치고 있다.

눈물을 훔치고 다시 아들스님의 모습을 보니 키도 많이 컸고 자세도 제법 스님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반가움을 잠시 뒤로 하고 법당에 들어가 예불을 하고 함께 점심을 먹고 다시 사원의 계단을 내려왔다.

잠깐의 만남과 잠깐의 예불 그리고 아들스님의 모습을 잠시 본 것으로도 행복한 사원나들이가 되었다. 짙게 떨어지지 않는 아들스님의 모습을 뒤로하고 냉정하게 나무다리를 건넌다. 또다시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지만 발길을 멈출 수는 없다. 내려 올 때는 다섯 시간이 걸렸지만,  올라 갈 때는 몇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발걸음을 빨리해도 집에 도착을 하면 깜깜한 밤이니 아들과의 정은 집으로 가면서 가슴에 절절히 묻어야 한다.

     

동자승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다. 사원에서 아주 특별한 법회가 있는 날, 그것도 사원의 모든 스님들이 준비하는 커다란 법회다. 이 법회를 위해서 형 스님들은 한 달을 넘게 연습하였다.  

원래 잠이란 것이 고약해서 일찍 몸을 움직이려하지만 눈도 떠지지도 않고 새벽 예불에 또다시 몰려오기에 노스님에게 야단을 맞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다른 날과는 많이 다르다.

오전에 있을 법회에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지만 그 중에 오직 한 사람, 어머니가 있기 때문이다.

집을 떠나 사원으로 들어온 이후 어머니와 마주한 시간이 얼마나 될까? 오직 그리움으로 남겨진 어머니의 모습이다.

그래서 어제까지는 힘들었던 법회준비도 오늘은 하나도 힘들지가 않다.

남들보다 먼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준비를 한다.

그러나 마음과 같이 일이 잡히지를 않는다.  형님 형님들은 참으로 의젓하게 준비하건만 나만 왜 이렇게 허공에 떠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일까?

아직도 법회 시간은 멀었지만 시선은 자꾸 마당 너머 출입문으로 향한다. 마당을 거니는 마을 아저씨와 아주머니들만이 보일뿐 아직도 먼 곳에서 오시는 분들은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지나서야 마당에는 제법 많은 분들이 모여 법당으로 향한다. 손에는 하나같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공양물이 올려져있다.

이제 시간이 다 되어가니 노스님들도 깨끗하게 빨아 고이 접어놓은 가사로 갈아입고 나오신다. 형님 스님들도 각자 자기의 위치로 찾아가기 시작하건만 아직도 그리운 얼굴은 보이지를 않는다.

기다리다 못해 출입문에 앉아 잠시를 기다리지만 역시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는다.

형님 스님 중에 한분이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내게 다가와 준비를 하지 않고 뭐하냐고 꾸중을 한다.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마당으로 향한다.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어머니께서 어디 아프신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게 법당 앞에 다다라서 신을 벗고 돌아서 다시금 뒤를 돌아 마당 끝 출입문을 바라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문을 차례로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그때 많은 사람들 속에 유난히 검게 탄 얼굴에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두 손에는 봉지가 가득한데 모두 스님께 받치는 공양물들이다.

그런데 잠깐 전에 벗어놓은 신은 왜 발에 다시 들어오니 않는지 한동안 발버둥을 치다 간신히 발에 신을 건다.

그런데 앞에 흐려져 잠시 전에 보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그때 얼굴에 온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향기가 난다. 어머니의 향기, 우리 엄마에게서만 나는 그 향기.

어느덧 나의 몸 전체는 어머니의 품에 안긴 모습이다.

즐거운 시간, 야속한 시간은 지나가고 저 멀리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냥 문에서 멀리 그 모습을 본다.

점점 사라질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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