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정성으로 이룩한 인도종교의 복합공간    

              엘로라 석불사원군 Ellora caves

인도 중부 데칸고원에는 석굴사원이 많은데 이곳의 혹독한 날씨로 수행자들에게는 최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 중 엘로라 석굴사원은 힌두교의 요소가 습합되면서 조각에 나타났다는 것과 다른 석굴에 비해 규모가 커서 건축적으로도 한 단계 완성된 형태를 보여준다.

그래도 엘로라의 가장 큰 의미는 인도의 대표적인 종교인 불교와 힌두교, 자이나교의 사원이 한 영역 안에 공존하는 것이다.

엘로라 석굴사원군의 맨 처음 시작은 불교사원이다. 대략 4세기경부터 8세기까지 12개의 불교사원이 조성되었고 이후 힌두교 사원이 6세기부터 8세기까지 17개의 사원이 조성되었다.

마지막으로 조성된 자이나교 석굴사원은 9세기부터 13세기까지 5개가 조성되어 모두 34개의 석굴사원이 일렬로 늘어선 모습으로 세 개의 종교가 약 400년 넘게 한 영역에서 공존하였다.

엘로라 불교석굴사원군은 예불공간인 법당(Chaitya)과 수도원(Vihara), 그리고 승방(Kuti)형식으로 나누어지는데 12개의 불교석굴사원 중 법당형식의 10번 석굴이 가장 크고 조각들도 다양하다.

길이가 26m에 폭이 13m의 전면 중앙에 8m의 탑이 안치되어있다. 이 둥근 탑의 전면에 의자에 걸터앉은 형태의 불상을 조성했는데 이는 예배의 대상이 불탑에서 불상으로 옮겨가는 중간적 형식으로 미술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모습이다.

사원내부는 28개의 팔각기둥으로 중앙법당과 회랑을 구분했는데 중앙법당의 천정은 원형으로 높여 웅장함을 더했다. 이는 목조건축방식을 석조로 이룩한 것이다.

석굴에 많은 조각 중 13세기에 증축이 이루어질 때 조성한 조각은 힌두의 탄트리즘 영향을 받은 밀교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이때부터 문화적 교류가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6번 석굴에도 밀교적인 조각들이 주를 이룬다.

‘3층 건물’이란 뜻의 띤탈(Teental)로 불리는 12번 석굴은 이름 그대로 세 개 층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구조인데 이곳에도 초기 불교조각부터 후기 밀교적인 보살상 조각까지 다양하다.

중요한 요소를 가진 불교석굴사원들이 많지만 주인공은 아쉽게도 힌두사원인 16번 석굴이다.

시바(Siva)신을 위한 카일라사(Kailash)사원은 760년 라쉬트라꾸타(Rashtrakuta)왕조의 크리슈나(Krishna)왕의 명령으로 조성되었다. 일설에는 이 사원을 조성하기 위해 아잔타의 석공들 까지 모두 불러들여 아잔타가 버려지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만큼 카일라사 사원의 조성은 수많은 석공들을 필요로 했고 100년이란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큰 산을 삼태기모양으로 수직으로 파 들어가면서 조성한 사원으로 지구상에 남아있는 석재문화 유산 중에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송광사 사보 2022-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