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좌부 불교국들이 많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불교를 국교로 꾸준히 이어진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미얀마는 문헌으로 기록된 불교문화가 가장 오랫동안 존재했던 나라이자 지금까지도 독실한 불교국이다.

1044년, 버마족들의 바간 왕국에 의해 미얀마가 통일되기 전에는 많은 크고 작은 고대왕국들이 기원전부터 존재했다.  

그중에 대표적인 왕국으로는 서쪽해안에 라카인(Rakhine)왕국과 중부내륙지역에 쀼(Pyu)족 왕국인 스리 크세트라(Śrī Kṣetra), 그리고 남부해안지역에 몬족들의 타톤(Thaton)왕국이 있었다.

그런데 이 세 고대 왕국 모두 불교왕국인데 부처님 생전에 여러 번 방문하시어 설법을 했다고 전하며 그 설법한 자리에는 사원이 세워져 지금까지도 많은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쀼 족의 스리 크세트라 역시 불교문화가 발전하여 많은 순례자들이 찾았다. 7세기에 중국의 순례자들이 방문하고 기록을 남길 정도로 스리 크세트라는 불교의 중심지였다.

쀼 족은 티베트-버마 족에 속하는 민족으로 기원전 1세기에 티베트 산맥을 넘어와 정착한 민족이기에 이들에게 불교는 시작부터 깊은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에야와디(Irawady) 강을 타고 내려오며 미얀마 중부지역에 정착했는데 이곳은 강을 중심으로 한 북부내륙지역과 남부해안지역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이기에 상업이 발전하였고 또한 강변으로는 넓은 농지가 펼쳐져있어 농업의 풍요를 기반으로 한 고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한 풍요함에서 이들의 성격은 매우 활달하며 자유스러웠는데 이러한 기질은 남아있는 불교문화유적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비록 9세기에 왕국이 멸망하면서 그들의 천년 역사와 문화도 사라져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남아있는 유적들을 살펴보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제작 건축된 것이 특징이다.

왕국의 중심인 스리 크세트라는 지금은 공터에 풀들만 무성한데 그 이름이 ‘성스러운 들판’ 혹은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뜻이니 지금의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스리 크세트라’로 보인다.  

그러나 이곳이 황량한 것만은 아니어서 1,857헥타르의 도시를 벽돌로 성벽을 쌓은 흔적들이 보인다. 그리고 성 안과 밖에 옛 불탑들이 남아있는데 형식과 크기가 달라 당시 문화의 다양함과 자유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역사와 불교문화의 의미를 인정받아 미얀마에 수많은 유적도시를 제치고 최초로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현재까지도 발굴이 한창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함은 천 년 전 멸망과 함께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유적지와 접한 서쪽의 번화가인 삐(Pyay)에는 많은 사원들이 있는데 모두들 다양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안경을 쓴 부처님까지 있어 다양함을 추구했던 천 년 전의 스리 크세트라 불교문화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불타오르는 미얀마 국민들에 자유의 외침처럼.